:우리들에게 붙은 etc.
한줄감상:참신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정석을 아는 성실해 보이는 인상. :D
이쿠와 케이타는 소꿉친구다.
철이 들 무렵 이미 무엇을 하든 함께였던 둘이 야구를 시작한 것 또한 함께였다.
하지만, 중학생 때, 케이타가 이쿠를 감싸다 교통사고를 당해 야구를 할 수 없는 몸이 된다.
둘이 같은 고등학교에 진학했지만, 이쿠는 야구부에 들어가지 않고 케이타를 피해다는 매일.
멀어지려하는 이쿠에게 케이타는……?!
이쿠와 케이타의 그 후의 일을 31페이지 그려넣은 「우리들에게 붙은 etc.」를 수록한 첫 코믹스.
작가의 첫 단행본인 탓인지, 뭐랄까 전체적으로 차곡차곡 BL의 왕도를 밟아 걸어 오르는 듯한 느낌이 드는 작품이었다. 위의 한 줄 감상에서도 잠시 언급했다시피, 참신함이라고는 눈을 뜨고 찾아봐도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디선가 보고, 가끔은 써보기도 하며, 들어보았을 법한 스토리가 처음부터 끝까지 나열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낡은듯한 느낌은 그다지 받지 않았다. 이런 것도 그럭저럭 신선하다면 신선했고, 뭐랄까, 작가 특유의 스타일이 그 낡은 스토리 속에 나름대로 잘 살아있다.

いつか僕らは (언젠가 우리들은)
키리시마 이쿠와 카나이 케이타는 어릴 때부터 무엇을 하든 항상 함께였던 소꿉친구로, 야구 또한 당연하다는 듯 둘이 함께였다. 그 중, 케이타는 타학교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올 정도로 빼어난 실력을 보였지만 이쿠를 감싸다 교통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더 이상 야구는 꿈도 꿀 수 없는 몸이 되고 만다.
── 그 후, 같은 고등학교에 진학한 둘이지만 사고 후에도 변함없이 실없고 무책임한 듯한 행동거지로 여자나 후리고 다니지만, 그래도 미워할 수 없는, ‘바보’같은 케이타는 그 누구하고도 어울리지 않고 홀로 고고한 늑대마냥 외로이 학창시절을 허비하는 이쿠에게 다가가려 하지만, 이쿠는 자신 때문에 야구를 할 수 없게 된 케이타가 보기 괴로워 자꾸 피하게 된다.
──뭐, 어떻게 보면 친구 이상 연인 미만의, 뻔하고 뻔한 청춘물로 끝날 수도 있는 이야기가, 케이타의 「내게 있어, 네가 사라져버리는 것이 더 큰 일인 거라고! (俺にとっちゃお前が消えちまうことが一大事なんだよ!)」라는 감동적이면서도 미묘한(이 부분이 바로 친구 이상 연인 미만의 뉘앙스를 풍기는 분기점;) 대사를 날려준 후, 자연스레 키스하는 것으로 분위기를 이끌면서 장르는 청춘물에서 BL물로 급전환하게 되는 것이다.
……아니, 근데. 이 책 자체가 BL이니까 그건 그렇다 치고. 대체 얘네들은 어쩌다 이렇게 갑자기 이런 관계로 발전하는 거람? 그동안에 아무런 전조도 없었는데. 그저, 어릴 때부터 언제나 ‘둘이 함께’라는 의식이 연애감정으로 싹텄다는 것일까? 거, 참. 모르겠다. 너무 뜬금없다싶은 감이 있어. 왠지 모르게.(긁적)

桜の巡礼 (매년 피는 벚꽃)
인간관계도 대충, 모든 일에 대충인 스가야 타카히사. 연애도 어렵지 않게 몸을 던져오는 여자들이 줄을 섰고, 운동도 종종 농구부에 도우미로 뛸 정도로 할 만큼 한다. 친구들도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며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 문제 없이 누구나와 잘 지내지만 어쩔 수 없는 날라리인 그 녀석이, 이른바 ‘사는 세계가 다른’ 녀석과 얼결에 얽히는 이야기다.
공부도 운동도 뛰어난 실력에, 뛰어난 외모. 차기 학생회장으로 손꼽힐 정도의 우등생이며 일부 여학생들 사이에서는 ‘왕자’로 불리기도 하는, 틀에 박힌 듯한, 우리나라로 치자면 그야말로 ‘엄친아’ 후지시로 유우. 하지만, 그것은 겉으로 드러난 가면을 쓴 모습일 뿐이고, 사실은 꽤 무례하고 막말도 서슴지 않는 성격이다. 그 대표적인 예로, 자신의 약점이 되고도 남을 비밀을 들켰는데도 단돈 5만 엔에 입막음이 가능해지자, 바로 태도를 바꿔 「너 말이야, 의외로 다루기 쉽구나(君って案外ちょろいんだね)」라며 차갑게 비웃어 주는 센스가 참 매력적(;)이다.
……그래도 뭐, 근본적으로 되먹지 못한, 나쁜 녀석은 아니다. :)
桜の巡礼의 내용 역시, 지금까지 나온 수많은 BL작품에서 그리고 또 그려온, 사는 세계가 전혀 달라 접점이 없던 두 사람이 어떠한 사건으로 인해 얽힌다는 내용이지만, 마무리는 흐지부지한 면이 있다. 뭐랄까, 나름대로 열린완결인 것 같은데 결국 스가야와 후지시로는 이도 저도 아닌 관계라는 거다. 한마디로 친구관계 그 이상일뿐인 관계. 연인 미만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미달이라서. 그렇다고 아니라고 하기에도 좀 뭐한 게, 마지막 분위기가;;
어쨌든, 요즘 이렇게 끝내는 둥 마는 둥, 그 뒤는 읽는 사람 마음대로 상상해라, 하고 미끼를 던지는 형식의 마무리도 꽤 좋아해서 그리 나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결국, 이 둘은, 그 적정거리를 유지한 채 새로운 봄을 맞이하고 언제나처럼 함께 길을 걷는다. 마지막 장면에서 연출된 벚꽃이 날리는 등굣길 장면은 왠지 묘하게 가슴을 울리며 남는 것 같다.

うつくしい明日 (아름다운 미래) 前編·後編
외롭고 고독해 보였던, 언제나 홀로 남아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던 은사의 뒷모습만이 아로새겨져 잊지 못한 채 많은 세월이 흐른 어느 날. 한때나마 자신 인생의 전부였던 그 은사의 아들이 찾아온다. 그리고 준비도 예고도 없이, 갑자기 알게 된 은사의 부고 소식에 아키라가 어째서 멀쩡한 집을 놔두고 자신에게로 왔는지 알게 되고,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계절이 흘러가며 두 사람의 감정에 미묘한 변화가 찾아와 결국 사랑이 싹튼다는 이야기.
후처로 들어와 자신의 배로 낳은 자식이 더 소중해, 전처의 아들
―아키라
―에게 매몰차게 대하는 시노자키 부인한테 화가나, 팔을 강하게 잡아끌며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자’며, 「여기는 네가 있을 곳이 아니야!(ここはお前の居るところじゃない!)」라고 외치는 쿠와하라는 확실히 아키라에게 있어서 정말, 구원 그 자체였을지도 모르겠다.
……뭐, 이런 설정이나 줄거리 역시 이제 와서 너무도 뻔한 거라 참신하다고는 볼 수 없지만, 꽤 마음에 들었다.
개인적으로 이 단행본에서 가장 진한 애정표현을 보여준 커플이지만 하나도 야하지 않다. 전체적으로 이 단행본의 애정표현은 야하다, 섹시하다기 보다는 뭐랄까 푸근하고 따스한 느낌에 좀 더 가깝다. 뭐랄까, 아직 때가 묻지 않은 느낌이라 살짝 정화될랑말랑한 기분도 느껴지고.(흐흐)
──어쨌든, 이 둘의 이야기도 좀 더 나왔음 싶었지만 이대로 끝나 좀 아쉽다.

僕らにまつわるエトセトラ (우리들에게 붙은 etc.)
いつか僕らは에서 이어지는 이야기이자, 이 단행본의 본격적인 표제작. 가장 처음 실린 단편 いつか僕らは에 바로 이어지지 않고, 틈이 있다. 다른 단편들을 사이에 낀 채 내용상의 시간차를 독자들에게도 조금이나마 느끼게하기 위한 장치인가? 뭐, 그런 의도는 없겠지만 좋게 생각해서 그렇다 치고. 어쨌든, 상당한 틈이 벌어진 만큼 그때로부터 나름대로 조금의 시간이 흐른 후의 이야기다. 하지만, 이 청춘물에서 막 BL노선으로 들어선 커플의 사전에는 ‘진도(進度)[진ː-]’란 단어가 아직 입력되기 전이다.
결국, 야구부에 들어간 이쿠와, 그 이쿠 전용♡(
…)으로 매니저 수습이 된 케이타.
……둘의 관계는 그 키스 이후로도 여전했고, 케이타는 그것에 초조함을 느낀다.
─『그때의 키스는 지금, 이쿠에게 있어 어떻게 남아있을까
…(あン時のキスは今 郁ン中でどーなってんだろ
…)』
─ 막상, 자신이 야구를 다시 하도록 권하기는 했지만 이쿠가 너무 야구에만 올인하는 듯싶자, 앞으로 나가지 않는 관계에 꽤 절박해진 케이타와 자기 나름대로 그때의 기억을 머릿속에서 떨치지 못한 채 어쩔 줄을 몰라하는 이쿠의 모습을 번갈아가며 보여주며, 결국 두 사람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에 결론이 다다른다.
……그래, 일단 각자의 생각만.
뭐, 그렇게 서로 깨닫기는 했지만 마음만 깨달아서 될 일이 아니지 않은가. 본격적으로 몸뚱이도 달라붙으려면 이런저런 사소한 사건이 하나 있어줘야 하고 계기도 필요하고 그런 거 아니겠나. 그렇게 BL의 정석을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차근차근 밟아가며 결국 이쿠와 케이타는 서로의 마음을, 이번에야말로 확실히 깨닫고 전하게 된다는 얘기다. 아직 풋내기들이지만. :D
바로 조금 전에도 언급했지만, 이 단행본은 뭐랄까 푸근하다. 그리고 풋풋하다. 꼭 작가의 첫 번째 단행본이라서 그런 것만은 아닐 거라 생각한다. 뭐랄까, 이미 이 작가 특유의 분위기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많이 야한 걸 좋아하는 엉큼한 나로서는 제대로 된 자위장면 하나 없는 것이 좀 많이 아쉽다고 해야 하나.(먼별)
마지막에 케이타의 독백이 참 마음에 든다.
─────천천히, 천천히. 하지만, 전속력으로 전진하자(ゆっくり ゆっくり だけど全速前進).
나름대로 차기 작품이 기대되는 작가다. :D
차기작이 발행될 예정인 것 같은데. 젠장, 환율 어쩐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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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많은 관계는 억지로 부터 시작하죠.
흠, 그래? 그런가?(긁적)